
1. 침묵의 문화, 해외 출장에서 마주한 첫 번째 장벽국내에서는 무언의 이해와 함축된 표현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말보다 눈치와 맥락, 그리고 정적인 분위기를 통해 감정을 읽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이처럼 침묵의 문화가 뿌리 깊은 사회에서 자란 사람이 해외 출장 중 맞닥뜨리는 현실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첫 출장지로 도착한 유럽의 어느 컨퍼런스 현장. 회의 도중 의견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경청만 하던 나는 회의 후 팀 리더로부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침묵은 신중함과 존중의 표현이 아니라, 참여 의지의 결여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침묵은 문화적 자산이 아니라 오해의 대상이 되는 순간, 당황스러움은 배가된다. 국내에서는 말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해했을 것이..